행복한 공부 /풍경 소리 51

자기 안을 들여다보라 - 법정스님

나 자신도 많이 반성하지만, 신앙인들은 많이 알려고 하지 말아야한다. 그렇게 되면 자기 안이 시끄러워질 뿐이다. 자기 본심대로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이다. 본심. 우리의 근본 바탕은 똑같다. 부처나 보살이나 나 자신이나 똑같다. 불성은 똑같은 것이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말고 듣는 것에 너무 팔리지 말고 자기 본성대로 살아야 한다. 본래 천진한 그 마음을 지키는 것이 으뜸가는 정진이다. 금강경에 보면 '법도 버려야 하는데 하물며 법 아닌 것이랴!' 라는 구절이 있다. 진리도 버려야할 것인데 하물며 진리 아닌 것이랴!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너무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설령 부처의 말이라 해도, 그건 그 상황에서 그렇게 얘기된 것이다. 오늘 내가 그 얘기를 들었다면 오늘 상황에 맞도록 그와..

의상대사 법성게 法性偈

의상대사 법성게 法性偈 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법성원융무이상 제법부동본래적)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 모습이 본래 없고 모든 법은 고요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니 진여의 세계로다. 無名無相絶一切 證知所知非餘境 (무명무상절일체 증지소지비여경) 이름도 붙일 수 없고 형상도 없어 온갖 것 끊겼으니 깨달음의 지혜로만 알뿐 다른 경계 아니로다. 眞性甚深極微妙 不守自性隨緣成 (진성심심극미묘 불수자성수연성) 참된 성품은 참으로 깊고도 오묘하니 자기 성품을 지키거나 집착하지 않고 인연 따라 이루어지네.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 하나 속에 일체 있고 여러 속에 하나 있어 하나가 곧 일체요 여럿이 곧 하나로다.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 한 작은 티끌..

아미타불재하방(阿彌陀佛在荷方) :나옹스님

아미타불재하방(阿彌陀佛在荷方)착득심두절망막(着得心頭切莫忘)염도염궁무념처(念到念窮無念處)육문상방자금광(六門常放紫金光)아미타불은 어디 계신가마음 끝에 꼭 붙들어 놓지 말고 생각하되,생각생각 지극하여 생각 없는 곳이 이르면몸과 마음에 늘 금빛광명 끊이지 않으리라.在何方(재하방)... 어디에 계실까.着得心頭(착득심두)... 마음에 떠 오르다切莫忘(절막망)... 지워 버릴 수가 없다念到念窮(염도염궁)... 생각이 도달하고, 생각이 박히는 궁극까지六門(육문)...... 육근(六根)의 문. 육식(六識) 즉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이 육경(六境

재와 제사 의미

사람들이 흔히 헷갈리는 유교의식인 제사와 불교의식 재는 어떻게 다를까. 제사는 유교에서 조상 신령에게 음식을 바쳐 정성을 드리는 예절로 어제부터 이어온 얼과 문화를 오늘에 되새겨 내일로 이어가는 이어짐이다. 재는 제사와는 달리 몸과 말과 생각, 삼업을 삼가 맑히는 일로 본디 재는 부처님 살아계실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중요한 교단 행사이다. 몸과 말과 생각이 맑은 삶이란 사람다운 삶이다. 대중이 삼업을 맑히기 위해 정오에 한자리에 모여 공양하는 일로 재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제사와 재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오해가 생긴 것일까? 그것은 절집에서 사람이 죽은 지 49일이나 백 일째 되는 날 공양을 올려 죽은 이 삼업을 맑혀 천도하기를 비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의식은 본디 불교에서는 없었던 것으로 ..

행을 통해 본래 자기 마음의 빛이 드러난다.

종교는 한마디로 사랑의 실천이다.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일이다. 보살행, 자비행은 깨달은 후에 오는 것이 아니다. 순간순간 하루하루 익혀 가는 정진이다. 하루하루 한 달 한 달 쌓은 행의 축적이 마침내는 깨달음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몰랐던 것을 아는 것, 이것은 깨달음이 아니다. 본래 자기 마음 가운데 있는 꽃씨를 일상적인 행을 통해서 가꾸어 나가면 그것이 시절 인연을 만나 꽃 피고 열매 맺는 것, 이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다. 본래 우리 마음 가운데 깨달음이 갖추어져 있다. 본래 밝은 마음이다. 헛눈 파느라고, 불필요한 데 신경 쓰느라고 제 빛을 발하지 못할 뿐이다. 참선도 행운이다. 참선을 하든 염불을 하든 경을 읽든 모두가 일종의 행이다. 닦은 행인 것이다. 행을 통해 본래 자기 마음의 빛이..

적선소 (積善梳 선을 쌓는 빗) 이야기

한 회사가 영업부 지원자를 상대로 '나무빗을 스님에게 팔아라'는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그러자 대부분의 사람이 '머리 한 줌 없는 스님에게 어떻게 파느냐'며 포기했습니다. 남은 사람은 윤씨. 석씨, 전씨 세 사람입니다. 면접관이 말합니다. "지금부터 열흘 동안 스님에게 나무빗을 팔고 난 뒤 상황을 보고하세요." 열흘이 지나 세 사람이 돌아왔습니다. 이들의 판매 실적은 각각 빗 1개, 10개, 1000개 였습니다. 면접관이 1개를 판 사람에게 어떻게 팔았느냐고 물어보자 "머리를 긁적거리는 스님에게 팔았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10개를 판 사람에게 물어보니 "신자들의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기 위해 절에 비치놓으라고 설득했죠." 라고 대답했습니다. 10개 판 사람은 1개 판 사람보다는 확실히 접근 방법이..

참회(懺悔)

참 회 (懺悔) ​ 참회는 아(我)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말끔히 비우는 것을 뜻합니다. 아(我)에 대한 집착 때문에 대립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며 노여움도 갖습니다. 참회해서 그 마음을 말끔히 비울 때 거짓된 아(我)에 대한 집착이 없게 됩니다. 허물 등이 하늘의 구름처럼 마음에 덮여서 자신이 어둡고 고통스러운 환경을 맞게 하여 부처님의 태양 광명 같은 은혜를 알지 못하고 등지게 했던 것입니다. 기도 뿐만이 아니라 어떤 수행에서든 참회를 하여 마음을 비우는 것이 좋습니다. 참회는 일심염불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에 앙금처럼 가라앉은 지난 일들에 대한 감정, 분노, 원망, 증오 같은 것들은 일심염불하는 가운데 참회하여야 소멸됩니다. 일심염불하여 맑은 마음, 깊은 마음에 이르러야 잊고 있던 지난날의 ..

감어인(鑑於人)

옛 사람들은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라는 '무감어수(無鑑於水)' 의 경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을 거울로 삼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바로 표면에 천착하지 말라는 경계라고 생각합니다. '감어인(鑑於人)'.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들과의 사업 속에 자신을 세우고 사람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비추어보기를 이 금언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어깨동무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살아가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沙平驛에서

沙 平 驛 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 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